본문 바로가기

간다/15회 정동진독립영화제

단언컨데, 가장 낭만적인 영화제




쑥타는 냄새가 운동장에 뭉근히 퍼져나간다. 

스크린 뒤로 기차가 지나간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영화 속 주인공의 대사들과 어우러진다. 

그럼에도 시끄럽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기분 좋은 소음이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쏟아질 것 같이 수 많은 별들. 

가장 여름 밤다운 여름 밤. 

비에 젖은 운동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엉덩이가 축축해진다해도 대수롭지 않다. 

3일 밤을 이런 하늘 아래서 지새웠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매일 같이 들렀던 정동진 해변의 모래는 발바닥을 뜨겁게도, 차갑게도 만들었다. 

시간의 온도를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줬다. 

얻은 것은 무엇인가.

값진 땀. 땀 흘려 얻은 음식. 좋아하는 것을 온전히 좋아할 수 있다는 행운까지.

더 이상 늘여놓을 말이 없다. 

내년에도 그 밤하늘 아래 있을 것 같으니. 

단언컨데, 내가 가 본 영화제 중 가장 낭만적인 영화제. 

가장 영화같은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