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간다/CGV 시네마클래스 1기

心스틸러 배우 류승룡을 만나다 강의 후기


心스틸러 배우 류승룡을 만나다 강의 후기

초등학교 5학년 때였던가. 학교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머리에 똥을 이고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는지' 캐묻고 다니는 두더지로 분해 진짜 기가 막히다가 숨 넘어갈 듯한 연기를 선보였더란다. 그 놈의 두더지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배우'로서의 경험인 걸로 기억된다. 그렇다, 이처럼 배우라 함은 나와 상관없는 수 많은 일들 중에서도 손에 꼽게 상관 없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배우의 세계란 남들이 으레 그렇듯, '잘 생겼더라, 매력있더라, 연기가 좋더라, 혹은 누구랑 연애한다더라.'와 같은 이야기 그 이상의 영역에서 논해본 적이 크게 없던 세계였다. 그러니 질문을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곤혹스러울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럴 듯한 질문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럴 듯한 질문 없이도 그는 끊임없이 그럴 듯한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워야만 채울 수 있는 존재가 배우임을 말하며, 감정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최근 우리 사회 뜨거운 화두로 오른 '감정 노동'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일컫는다. 그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이와 같은 맥락이었는지, 오롯이 감정을 이용한 노동을 말고 싶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어떤 경우라도 배우가 감정 노동자로써 그 극치에 있음은 분명한 듯 했다. 배우라면 희노애락에 있어 언제라도 자유로워야한다는 그의 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를 통해 그가 어떤 배우로 자리매김하고 싶은지 알 수있었기에 앞으로 그가 보여주는 모든 감정의 노동이 감동적으로 다가올 듯하다. 닼
작을 한 탓에 그는 캐릭터로써 그의 한계가 곧 오지 않을까 걱정한다했다. 그러나 소통하는 자로 혹은 대변하는 자로서 배우의 사명을 가지고 있단 이야기를 들은 후로 류승룡이란 배우는 이미 나에게 남다른 배우가 되었다. 

지난 주 사나이 픽쳐스의 한재덕 대표의 강의에서, '나는 좋은 배우가 아니면 영화를 찍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기서 좋은 배우라함은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일수도 있고, 아름답거나 잘생긴 배우일수도 있다. 인간으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배우일수도 있고, 이것 저것 다 떠나 소위 잘 팔리는 배우일수도 있겠다. (한 대표님의 필모그래피를 주욱 보자면 이 같은 배우들이 수두룩하니 대단할 따름이다.) 좋은 배우란 정확히 어떤 배우이고, 어떻게 해야 좋은 배우가 되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으나, 관객의 입장에서 누가 좋은 배우인지는 모두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어렴풋한 내 느낌에서 보자면, 스크린에서 본 그리고 오늘 강단에서 본 류승룡이라는 배우는 좋은 배우인 듯하다. 

자신이 별 거 아닌 배우인 듯 이야기하는 탓에, 그런 배우를 앞에 두고 있구나 하고 착각하다가도. 똑바로 쳐다보면 강단엔 류승룡이 서 있었다. 그가 연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던지고 싶은지, 어떤 이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해 듣게 되어 기뻤다. 낯 간지러운 말이겠지만, 분명히 그는 내 마음도 훔쳐갔다.


CGV시네마클래스 3조 Flim / 심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