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소설> GV
모더레이터 이난 감독 / 신연식 감독, 배우 강신효, 이성환, 이재혜
M)) 좋은 영화였다. 왜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건가. 그리고 왜 이렇게 긴 영화를 만들게 된 건가.
신연식 감독)) <페어러브> 실패 이후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왜 내가 영화를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이 영화를 하게 되었다. 이 영화는 어쩔 수 없이 긴 영화이다. 상업적으로 생각했을 때 편집하고 덜어내면 어떠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상업영화도 아니고 배우들이 돈 받고 출연한 영화도 아니라서. 만약 배우들이 개런티를 받았다면 과감하게 상업적인 배급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배우들에겐 출연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상업영화가 아닌데 그런 선택을 할 필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M)) 함께 한 배우들은 시나리오 받고 어땠나. 그리고 개런티가 없다 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는지.
강신효 배우))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이미 감독님께 1년 정도 레슨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영화 촬영이 레슨의 연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개런티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 동안 계속 카메라를 두고 수업을 했다. 수업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의 촬영 이었다.
M)) 배우들 레슨이 <러시안 소설> 위한 레슨 이었나.
신연식 감독)) 원래 생계 방편으로 종종 연기 레슨을 해왔다. 기왕 레슨을 할 때 장래성이 있는 친구들만 선별해서 가르친 것이다. 꼭 그 작품을 할 의도로만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러시안 소설>에 출연시키겠다는 생각은 했다. <러시안 소설>이 원래 <페어 러브>와 같이 중년 멜로 3부작으로 기획되었는데 젊은 친구들하고 일하다보니까 원래 구성이 달라진 것이다.
M)) 끝나고 난 소감이 어떤가.
강효신 배우)) 처음 영화를 사무실에서 보고 집에 걸어가는데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게 부산영화제에 간다고 하는데, 이 영화가 세상에 알려지고 내가 보여지면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우울했다. 부산영화제에 가기 직전까지도 기분이 우울했는데, 영화가 상영되고 했을 때 좋아해주시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뻤다. 처음 봤을 때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기쁘다.
이성환 배우)) 단편이 아닌 장편 영화를 촬영해본 건 처음이다. 어떤 식으로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분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은 별로 없었다. 대본 처음 읽을 때, 관객들도 아시겠지만 대본 자체도 한 번에 다 못 읽겠더라. 두 세 번씩 나눠 읽었다. 말 그대로 어렸을 때 처음 러시안 소설을 읽었을 때 느낌과 비슷했다. 내용자체가 소설인지 영화인지 헷갈리는 것처럼 나도 헷갈리는 부분이 있던 기억이 있다.
이재혜 배우)) GV하는 줄 모르고 보러 왔다가 갑자기 하게 돼서 긴장이 된다. 처음 두꺼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신기했고, 읽고 나선 어렵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재혜를 비롯해서 각자의 인물마다 역사성이 있어서 그 역사성을 찾아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 중 함께 고생한 친구들 덕분에 즐겁고 좋았다.
M)) 원래 시나리오 쓸 때도 배우 분들 이름으로 썼던 건가.
신연식 감독)) 그렇다. 극 중 가림이라는 역만 시나리오 쓰던 중에 캐스팅 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캐스팅 이후에 시나리오를 쓴 거다. 그리고 이름 짓는 것도 일이지 않나.
M)) 영화 끝나자마자 배우들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연석 감독)) 이 덕분에 나중에 활동할 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M)) 영화 속에 물고기가 계속 나온다. 신효가 버스에서 물고기를 계속 그리기도 하고. 물고기는 무슨 의미인가.
신연석 감독)) 영화 속에 나오는 물고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낚시터 에피소드는 내가 지어낸 얘기다. 내가 영화를 17년 째 하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도 '내가 왜 영화를 힘들게 하고 살고 있나'에 대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어제 잡다 놓친 걸 잡으려고 오늘 잡은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실 물고기 장면은 우연히 찍게 되었다. 촬영 중에 머물렀던 러브호텔에서 우연히. 80년대 스타일의 잉어가 거기 딱 있었다. 저런 물고기를 찍고 싶었는데 찾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러브호텔 복도에서 그런 물고기를 만나게 돼서 기뻤다.
<관객과의 대화>
Q. 영화가 27년 전과 후,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27년 전 같은 경우에는 컬러 영화인데도 흑백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색조가 많이 쓰였다. 미술 작업하실 때 염두에 두고 현재와 과거를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다르게 준 것인가. 그리고 27년 후에 바에서 노래하는 음악 하는 여성분이 정훈희씨여서 반가웠다.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지.
신연식 감독)) 캐릭터 설명은 아니다. 원래 의도로는 전반부를 100프로 흑백으로 찍으려 했다. 반면 후반부는 아주 선명한 색조를 넣으려고 했고. 더 심한 대비를 주고 싶었는데 90분 동안 흑백영화를 보려면 관객들이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대나무 숲 같은 경우는 흑백으로 하기엔 장소 자체의 원색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아까운 부분이 있어서 약간의 타협점을 찾은거다. 진하게 작업을 해서 조금씩 톤 조절을 했다. 장소에 따라서 차별을 뒀다고 보시면 된다.
정훈희 선생님같은 경우에는 저희 음악 감독님이 기념 음반 프로듀싱을 했다. 영화 음악 자체가 기념 음반에 있던 곡이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 정훈희 선생님이 71년도 <들개> 이후로 40년 만에 영화 출연하신 거라서 나름 의미가 컸다.
Q. 인물들이 모두 복잡하다. 연기할 때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어렵지는 않았는지.
이재혜 배우)) 어려웠다. 하지만 감독님이 어린 배우들이라 배려해주셔서 많이 깨나갔다. 특별한 작업 방식은 모르겠고 몸에 붙어 있는 대로 열심히 했고. 제 역할을 사랑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이성환 배우)) 감독님이 우리를 염두에 쓰고 쓰셨다 했지만 나랑 비슷하지 않은 것 같았다. 비슷한 점도 있긴 하지만. 나로선 답답하고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 극중 성환이라는 인물이 정확하게 이렇다 저렇다 표현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림이를 통해서 신효에게 말을 전하는 것처럼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도 않고. 이런 부분들이 촬영 당시에는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몰랐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사람들이 살면서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극 중에서는 신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만났지만 막상 해야 할 말은 못하는, 그런 부분 있고. 그런 성환이기 때문에 결국 돈도 다 날리고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강신효 배우)) 나는 성환과 완전히 다르다. 나는 러시안 소설의 신효와 성격이 굉장히 비슷하다. 연기를 시작한 것도 그냥 하고 싶어 시작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안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나로 생각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신효도 '배운 게 없어서' 라는 말을 계속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조금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Q. 영화 초반부에는 신효라는 인물이 자기 연민이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인물에 몰입이 안됐다. 왜 스스로를 연민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신연식 감독)) 신효가 자기 연민이 강하다고 말한다면 그게 맞다. 시나리오 쓸 당시 내가 그랬다. 나처럼 영화를 오래 하고 억대의 빚만 생기다보면 자기 연민이 생긴다. 농담이다. (웃음) 어렸을 때 내가 신효와 같았다. 스무 살 때는 신효처럼 '저렇게 살아야하나', '저렇게 해야 성공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를 20살 때부터 시작했는데 10년동안 막내만 했다. 영화과 간 친구들은 계속 나보다 높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서 20대 때 내가 살아온 청춘에 대한 연민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시기가 지났지만. 신효 나이 때 자기 인생을 불태운 사람은 알 것이다. 신효가 원고지를 불태웠던 것처럼 그런 일을 해본 사람은 자기 연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Q. <러시안 소설>이라는 제목에 끌려 왔다. 제목 선정 이유에 대해 궁금했는데,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지만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이 인상 깊었다. 영화를 보고 있는지 책을 읽는 건지 모호한, 색다른 방식으로 책을 읽고 있는 듯한 대단히 인상적인 시도들이 있었다. 그런 것에 대한 감독님의 얘기 듣고 싶다.
신연식 감독)) 소설 형식으로 나오지만 이 영화 주요한 형식 자체가 계속 화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러시아 소설> 시나리오를 쓸 때 창작이란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창작자들은 자기 삶과 작품이 구분이 안 된다. 내 삶 자체가 다른 시점에선 다르게 보여 질 수 있다는 생각이, 그렇다면 내 작품에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영화처럼 때로는 경미 소설의 주인공 같다가, 때로는 성환 소설의 주인공 같다가, 내 삶은 하나인데 다른 창작자가 봤을 때 어떤 식으로 보이고 어떤 식으로 읽히는가가 반영 되어서 나온 형식이다.
M)) 주인공 바꿈 놀이 같다, 내가 누군가의 삶이 되는. 후반부엔 그런 게 없지 않나.
신연식 감독)) 뒷부분은 어떻게 보면 사실은 신효가 죽은 것일 수도 있다. 뒤에는 소설속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재혜가 어디서부터 다시 원고를 읽었는지 구분이 안 되는 암시적인 장치가 전반부에 있다.
M)) 꼭 극장에서 개봉이 되어 관객들을 다시 만났으면 한다. 마지막 한마디 남겨주신다면.
신연식 감독)) 100만, 1000만 넘는 감독님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관객 한 분 한 분이 너무 소중하다. 상영관을 항상 도는데, 그걸 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내 영화를 보는 건 당연하지만 관객들은 시간 들여, 돈 들여 봐주시는 것 아닌가. 기적 같고 너무 감사하다. 지금은 <배우는 배우다>라는 작품을 김기덕 감독님과 공동으로 촬영 중에 있다. 이게 잘 돼서 <러시안 소설>도 함께 개봉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 작품도 기대해 달라. 배우들 가능성이 무한한 배우들이니 다음 작품도 성원해 주셨으면 한다.
글/ 데일리팀 심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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